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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벨] Brightening summer








화사하게 빛나는 그대를
, 내가 툭하고 건드리면 빛을 잃을까 사실 겁이 났어.

 

릭은 언젠가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기억했다. 벨져가 직접 고른 꽃과 묘목들이 가득한 푸른 정원에서 릭은 그와 함께 느긋한 하루를 보냈었다.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저들끼리 스쳐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날아다니는 바람이 벨져의 머리카락에까지 닿아 그것을 펄럭일 때, 릭은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태양빛 아래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부서질 것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벨져의 모습에 사진을 찍듯이 그 장면들을 남겨두고 싶었다.

 

하얀 의자에 앉아 김이 올라오는 찻잔을 감싸 쥐고 힘없이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는 벨져는 눈을 감지 않았다. 제게 닿는 바람도 빛들도 내버려두었다. 찻잔에 입술을 대지도 않았고 흩어져 날리는 머리카락을 잡지도 않았다. 볕 아래에서 더욱 찬란한 그대는 사실 태양의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날카로운 콧날에 제일 먼저 묻어있는 햇빛이 지독하게 잘 어울리는 사람.

 

그대가 시리도록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

 

물기 서린 릭의 말에 벨져는 릭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이 커지고 의자가 뒤로 나뒹굴고 릭의 앞에 다가와 볼을 감쌌다. 일련의 동작들이 느리게 다가왔다. 벨져의 손이 볼을 훑는 느낌이 따스했다. 릭이 내린 눈물이 벨져의 손가락을 타고 사라졌다. 따뜻함이 잠깐 머문 자리를 건너는 바람이 차가워 릭은 눈을 찡그렸다. 저를 담은 푸른 눈이 투명하게 빛났다. 릭은 팔을 들고 흔들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려다 손끝도 닿지 못한 채 그만두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그에 조금도 다가설 수 없었다. 벨져가 다가오고, 그 후에 입술이 닿았던가. 기억은 그곳에서 끊겨있었다.

 

릭은 먼저 다가서지 않았다. 닿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들면 손을 들었다가 피부에 겉도는 온기가 느껴지기도 전에 그만두었다. 온몸의 감각들이 몰려 벨져를 느끼려 애쓰는 손은 항상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 손을 잡아주는 것은 벨져였다. 미련하다고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릭에게 다가왔다. 벨져가 한 걸음 내밀 때 릭은 두 발 물러났고 거리를 유지하려 뒷걸음을 치면서도 여전히 그에게 닿고 싶어 했다. 벨져는 언젠가는 릭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었고 릭은 벨져가 다가오는 것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했다. 좁히고자 걸어간 거리가 더욱 멀어지는 것을 몇 년이고 지켜보던 벨져는 결국 등을 보이고 관계의 끈을 놓았다.

 

나는 그대에게 닿을 수가 없어. 바라보던 자리가 비고 그제야 릭은 주저앉았다. 그가 머물었던 자리에 남은 온기를 비로소 만질 수 있었다. 반쯤 식어버린 따뜻함에 눈물이 났다. 벨져가 내밀었던 손을 몇 번이나 다시 떠올리고 제 눈에 담았던 벨져의 모습들을 되뇌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토록 빛나던 사람.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찬란에 손도 대지 못했던 사람. 감히 내가 건드리면 빛을 잃을까 겁이 났던. 벨져는 여전히 눈부신 모습으로 릭의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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