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벨져] In the middle of the load

빌닻 2016. 12. 10. 22:00

루드빅은 이마를 짚었다. 누가 차를 이따위로. 어중간하게 골목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는 캐딜락은 10분이 지났음에도 아직 그대로였다. 관리가 잘 된 은색 캐딜락이 번쩍거리는 것에 루드빅은 한숨을 쉬었다. 피치 못할 만큼 급한 일이 있어서 잠시 세워둔 것이고 금방 오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은 벌써 15분을 넘어가는 시간에 보기 좋게 깨졌다. 별 인간이 다 있네 하고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루드빅은 뒤는 벽으로 앞은 차로 막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시간이면 분명 지각이었다.

 

차에는 다행히도 번호가 남겨져 있었다. 별 다른 문구 없이 정갈히 번호만 쓰여진 종이가 반듯하게 꽂혀있었다. 루드빅은 휴대폰을 꺼내 종이에 적혀있는 번호를 꼼꼼히 확인하고 누른 후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건조한 신호음이 길게 늘어지는 것에 루드빅은 손가락을 두드렸다. 이미 인상은 험악해질 대로 험악해져있었다. 팔짱을 끼고 곧 들려와야할 상대의 목소리를 기다리던 루드빅은 잠시 끊긴 신호음에 말을 하려다 그 다음 들려오는 소리에 머리를 쓸어올렸다. 고객님이 통화를 받을 수 없어.

 

루드빅은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텀이 짧았다. 손 쓸 새도 없이 끊긴 전화에 루드빅은 꺼진 화면만 쳐다볼 뿐이었다. 뭐 이런 인간이.

 

루드빅은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상황에 루드빅도 오기가 생겼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 잘난 낯짝은 한 번 봐줘야하지 않겠는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얼굴이 공포스러웠다. 루드빅은 의뢰인에게 사고가 생겨서 늦을 것 같다고 통화로 약속을 미룬 후에 다시 아까의 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빠르게 자판을 두드리는 루드빅의 손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차를 개좆같이 대놓으셨네요.

 

허울만 가득한 인사치레는 접어놓고 깔끔히 제 심정을 전하는 본론만 적은 것이었다. 전송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까지 확인한 다음 루드빅은 화면을 껐다. 5분 내로 전화가 오지 않으면 견인차를 부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루드빅은 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문자라도 보내놓은 탓인지 아까보다는 기분이 나았다. 음악이라도 들어볼까 하고 오디오를 틀려는 순간에 마침 전화가 왔다. 화면에 밝게 빛나는 것은 아까 몇 번이고 보았던 그 번호였다. 루드빅은 신나게 울리는 폰을 지켜만 봤다. 아까 제가 겪었던 짜증나는 상황을 너도 겪어보라는 유치한 복수였다. 천천히 휘파람을 불고 다리를 꼬고 고개를 까닥거리다 1분이 조금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상스럽기 짝이 없군. 문자 보내는 꼴하며.

 

짧게 혀를 찬 상대의 말에 루드빅은 할 말을 잃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쏘아대는 말이 날카로웠다. 분명히 처음부터 잘못한 건 저쪽인데 왜 이쪽이 혼나야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저는 친절히 전화를 하는 것도 모자라 문자까지 보내는 아량을 베풀었건만. 언짢은 기분을 숨기지 않는 투로 차를 빼겠다는 말을 덧붙인 상대의 말에 루드빅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언제쯤 도착할 것 같습니까?”

-10분 후에 가겠다.

잘됐군요. 그럼 저는 5분 후에 견인차를 부르겠습니다.”

-?

아시는 것처럼 저는 상스러운 사람이라서. , 재주껏 빨리 와보시던가요.”

 

유유히 전화를 끊고, 황당함에 멍하니 있을 상대를 생각하니 루드빅은 피어나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말로 견인차를 부를 생각은 없었다. 따지자면 심술이었다루드빅은 손을 뻗어 오디오 버튼을 눌렀다. 마침 흘러나오는 노래가 흥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