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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벨] 놀이공원 1

현대au로 놀이공원 가는 릭벨



벨져는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릭은 벨져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작고 동그란 도넛을 끊임없이 입에 넣으며 TV 화면 안으로 혼을 빼어놓고 있었다. 릭의 입으로 향하는 길에 부스러기가 이곳저곳 흩날렸다. 대체 왜 TV를 보면서, 식탁이 아닌 소파에서, 그것도 제 허벅지에 누워서 음식을 먹는 것인지 벨져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삶의 낙이라며 되지도 않는 억지를 부리는 릭에 벨져는 더 이상 얘기를 않기로 했다. 실컷 더러워진 바닥과 소파 위도, 청소하는 것은 본인이 아니기에 관심을 거두었다.

시끄러운 바보상자-벨져는 항상 그렇게 불렀다-는 사람들의 소리와 이상한 효과음으로 혼잡했다. 용처럼 생긴 롤러코스터가 레일을 타고 매끄럽게 내려갈 때 사람들의 정신이 반 쯤 나가는 것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릭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손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갈색 머리칼 끝에서 과일향이 흩어졌다.

“저런 게 재미있나?”
“그럼. 설마, 무서워하는 것이오?”

TV 프로그램에 대해 물은 것을 제멋대로 놀이기구로 착각한 릭이 눈을 반짝이고 입꼬리를 씰이며 벨져를 바라보았다. 벨져는 저 혼자 발칙한 상상을 하는 릭의 눈을 쓸어내리고 손에 쥐었던 설탕 덩어리를 빼앗아 소파 앞 탁자 위로 던져버렸다. 잘못된 대답을 수정하기보단 장단을 맞춰주는 쪽을 택했다.

“타본 적 없다.”
“한 번도?”

벨져가 같은 것을 두 번 말하는 취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릭은 재차 물었다. 벨져는 잠깐 도넛을 쥐었던 손에 끈적함이 남아있는 걸 보며 작게 혀를 찼고 릭은 제 손을 떠나버린 도넛이 아쉬워 입맛을 다셨다.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단 말이지. 애초에 답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릭이 혼잣말을 했다. 

찝찝한 느낌을 참지 못한 벨져가 화장실로 향했다. 예고 없이 푹신한 소파에 머리를 박게 된 릭은 벨져의 이름을 늘어트려 부르거나 질질 끌지 않았다.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무어라 혼자 중얼거릴 뿐이었다.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가 금세 걷히고 수건에 손을 닦던 벨져는 갑자기 자세를 바꿔 소파에 제대로 고쳐 앉는 릭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요구할 것이 있을 때 자세를 바르게 정돈한 뒤 입을 여는 것은 벨져가 아는 릭의 습관 중 하나였다. 그것들은 릭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벨져에게는 대부분이 그저 의미 없는 것이었다. 또 어떤 헛소리를 할까 기대가 되는군. 릭이 들었다면 우는 소리를 냈을 테지만 벨져는 괘념치 않았다.

“벨져, 너무 하오.”

생각만 한다는 것이 벨져 저도 모르게 이미 입 밖으로 흘러 나와 있었다. 입술 끝을 삐죽이고 볼에 바람을 넣은 모습이 나 화났소 광고하는 꼴이라 귀여워 웃음을 흘리자 뭐가 우습냐며 툴툴거린다.

릭이 혼자 고민하던 것은 듣지 않아도 뻔했다. 저 놀이기구를 타러 놀이공원에 가자고 하겠지. 벨져는 학생이었을 때도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시간낭비. 네 자로 그 모든 이유를 함축하고는 소풍을 가는 날이면 그 많은 아이들 중 저 혼자 참석하지 않았다. 벨져는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들은 그런 벨져를 탐탁치 않아했기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저런 곳은 애들이나 가는 거다.”
“무슨 소리. 어른들도 많이 가는 곳이라오.”

고고한 얼굴로 무심히 말하는 벨져에 릭은 아까 했던 말에 다시 덧붙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인들이 함께하는 곳이지. 방금까지 토라져있던 것은 어디의 누구였는지 또 금방 웃고 있는 릭에 벨져는 릭의 가지고 있을 리 없는 꼬리가 흔들리는 착시를 보았다. 좌우로 살랑살랑 탐스러운 털뭉치를 흔들며 기대의 눈빛을 쏴대는 릭은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냈다. 가면 재미있을 것이오, 그대 분명 좋아할 것이야 내가 장담하지, 그대와 함께 가보고 싶소 등등. 요는 얼른 가겠다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갖은 애교를 동원해가며 끈질기게 설득을 하는 릭에 결국 벨져는 손사래를 치며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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