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아주 좋아하다[~에게 반하다]
벨져는 무거운 눈을 떴다. 비치는 햇빛이 자꾸 눈을 찔렀다. 시큰하게 아려오는 눈두덩이를 몇 번 문지르고, 바로 제 앞에 닿아있는 얼굴을 마주했다. 흐릿한 시야로 바라본 곳에 릭이 있었다. 벨져는 눈을 찌를 만큼 길게 내려온 릭의 갈색 머리에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상냥한 저의 손길에도 몇 번이고 원래의 자리를 찾는 그것에 벨져는 미간을 찌푸리고 팔을 멈추었다. 벨져와 씨름을 하던 제 머리카락이 간지러웠는지 릭이 손을 올려 눈을 비볐다. 비비는 동안에는 엉켜있던 표정이 가려운 곳을 다 긁고 나서야 풀어지는 모습이 우스웠다.
벨져는 관찰을 계속했다. 맑은 녹색 눈을 감긴 곳에 붙어있는 속눈썹들이 시원하게 뻗어있었다. 벨져는 언젠가 릭이 제 속눈썹을 보며 감탄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대, 어쩌면 속눈썹이 이리도 길어? 속눈썹마저 예쁘다며 호들갑을 떠는 릭에 벨져는 지금에서야 답을 해주었다. 너도 만만치 않아. 릭의 속눈썹 아래에 손가락을 숨기고 가볍게 들춰 올렸다.
하얀 편에 속하는 피부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벨져의 손이 약간 까끌한 턱부분을 매만지다 살짝 올라가있는 입꼬리에 짧게 머물렀다. 혈색을 띠는 볼에 엄지손가락을 올려 조심스레 쓰다듬자 얼굴을 부비며 입맛을 다시는 모양에 벨져는 작게 웃었다. 앞으로 시원하게 솟은 코에서는 색색거리는 소리가 났다.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누가 이 남자를 서른셋으로 보겠는가.
벨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얗고 두꺼운 이불을 당겨 제 목까지 덮고 릭의 어깨에 손을 두고 토닥였다. 느릿하고 규칙적인 소리가 벨져를 도로 잠들게 할쯤에 갑자기 튀어나온 릭의 팔이 벨져를 끌어당겼다.
“깼소?”
갑작스레 릭의 품에 안기게 된 벨져가 릭의 어깨를 조금 밀어 제 공간을 유지했다. 한 쪽 눈만 얕게 떠 벨져의 모습을 확인하던 릭이 눈을 부볐다. 이상한 꿈을 꿨어. 벨져는 무슨 꿈이냐 묻지 않아도 조곤조곤 내뱉는 릭을 지켜보았다. 아직 졸음이 잠식해 덜 깬 목소리가 느리게 울렸고 찬찬히 말을 전하는 입에 벨져는 제 입술을 갖다 대었다. 움직이던 릭의 입술이 멈추고 릭은 뻐근하던 두 눈을 일순간 크게 뜨다 둥글게 말았다. 물기 어린 소리가 퍼지고 벨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입술 끝을 살짝 올리는 벨져에 이번에는 릭이 입술을 부딪혀왔다. 입술을 맞대고 떼고를 짧게 반복하다 곧 서로의 입술을 머금었다.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에 벨져는 왼쪽 눈을 미약하게 찡그렸다. 움직임이 빨라지고 벨져는 팔을 뻗어 릭을 안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고 등을 어루만지는 사이에 몸이 뒤집혔다. 푹신한 침대에 맞춰 등이 일렁이고 벨져는 제 옆을 떠나 위를 차지한 릭을 확인했다. 제 입 안에 혀를 섞고 말랑한 점막들을 훑고 있는 릭을 보려 눈을 뜨고 다시 감았다. 한참이나 이어진 키스 후에 입술이 떨어지는 아쉬운 소리가 나고 릭은 벨져의 볼에 입술을 내렸다. 볼을 파고들 기세로 꾹 눌러오는 릭에 벨져는 손바닥으로 릭의 머리를 밀어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 내려가 벨져의 목에 키스하던 릭이 끈적하게 목을 핥았다. 무방비한 상태에 있던 벨져가 갑작스러운 자극에 몸을 떨었다. 벨져의 목 여기저기를 맛보던 릭이 벨져의 품에 안겼다. 릭의 등을 토닥이던 벨져가 제 아랫도리에 닿는 느낌에 풀어져 있던 고개를 제대로 세웠다.
“릭.”
릭은 벨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벨져는 손을 들어 릭의 귀를 쓸었다. 뜨끈한 열에 벨져는 웃음을 흘렸다.
“그대 때문이야.”
파묻힌 릭의 말들이 웅얼대는 소리가 벨져의 목을 간지럽혔다. 한 번 더 하면 안 돼? 처량한 목소리에 벨져는 한숨을 쉬었다. 어제 새벽까지 했던 건 금세 까먹은 모양이지. 단박에 거절하는 벨져의 말에 축 늘어진 릭의 등을 쓸어내렸다. 저는 지금 연애가 아니라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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